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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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겨울이 그리워지겠지 /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형도일상 2022. 7. 15. 06:25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시집, , 1989 쓸쓸하고 혹독했던 겨울밤도 다시 그리워지는 지리한 장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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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일상 2022. 7. 5. 06:52
일본 여행을 가면 꼭 가게 되는 곳이 편의점이다. 패밀리 마트, 세븐일레븐, 로손 등 간편하고 맛있는 도시락에서 밀크티, 샌드위치, 그 도시 한정판 먹거리까지 어느 레스토랑 못지 않은 음식들이 넘쳐난다. 영국 마트는 조금 다르다. 밖에서 식사하면 무조건 비싼대신 마트의 식재료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waitrose ,M&S ,sainsbury’s, tesco ,lidi ,morrisons 등 마트마다 상품의 질과 가격차가 있다. 한국은? 오랜시간 편의점에 인색한 편이었다. 편의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과 마트에서 미리미리 쟁여놓고 생활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장도 마트로 가지 않고 새벽배송 등 비대면 원터치 주문에 익숙해져 버리고 급하게 필요한 것 편의점에서 구입한다. 잠시 돌아보니 지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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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일상 2022. 6. 19. 23:51
아침에 일어나 원두를 갈고 모카포트에 올려 커피 한잔을 마시던 오래된 습관을 바꾸었다. 해외로 긴 여행을 갈 때도 편하게 챙겨갈 수 있었던 모카포트와 작별한 후 캡술커피의 편함에 빠졌고 어느새 다양한 캡슐을 바꾸어도 늘 비슷한 맛과 향으로 차별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다시 브루잉의 세계로… 그러다 조금 좋은 원두로 바꾸고 다시 모카포트로 돌아왔다. 원두가 좋으면 모카포트로 끓여도 향미가 난다.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를 읽으면서… 내일도 내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실 수있을까? 또 어떤 다양한 커피의 세계가 있을까? 궁금하다. 오랜만에 홍대근처 뒷골목을 걸으며 아주 오래동안 폐업 상태인 간판을 보았다. ‘ 나비도 한때는 꽃이었다. 꽃이 떠나기 전에는 ‘ ‘나비’라 불리던 지하 술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