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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mate / 이상은음악 2022. 10. 29. 22:25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적 있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눈을 감아도 너를 볼 수 있어 머리카락 나뭇잎처럼 나부끼는 걸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 네모난 하늘이 보여 크롬 옐로우의 작은새 손바닥위로 날아왔으면 멀리 가지마 너무 멀리는 가까이 오지마 너무 가까이는 너의 눈동자는 서늘한 밤의 색 들여다보면 검은 하늘 이어져 있어 사무실 계단에 앉아서 네가 쓴 편지를 읽어 메일로는 느낄 수 없던 종이에 남은 너만의 온도 순례하는 맑은 별들처럼 스쳐가는 것 뿐일지라도 에테르 가득한 하늘 낮에도 보이는 우주 붉은 끈으로 이어진 영혼의 반쪽 무관심했던 사람들 가운데 특별한 존재 의미없던 일상속에 빛이 퍼지네 멀리 가지마 너무 멀리는 가까이 오지마 너무 가까이는 슬퍼하지마 아주 잠시라도 너와 이어진 나도 느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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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발명 / 이영광책 2022. 10. 28. 09:25
이영광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베르톨트 브레이트 이 시가 생각나는, 숨어 있기 좋은 방이 필요한 지금, 나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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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책 2022. 10. 26. 05:55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가을이 깊어지면 윤동주의 시가 생각난다 쉬운 것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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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노래가 될까 / 너드 커넥션음악 2022. 10. 24. 19:33
오래된 약속들이 한 편의 짧은 시로 남을 때 속삭이던 말들이 몇 개의 아픈 선율이 될 때 서로가 각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할 때 그때 기억은 노래가 된다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면 함께 지새운 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함께였던 동해의 깊고 차갑던 밤을 기억해 떠오르던 태양의 그림자 같던 윤슬도 기억해 이 모든 걸 기어이 붙들고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모든 말들과 약속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다면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면 함께 지새운 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해의 시간이 흘러가면 함께 울었던 날들 모두 추억이라 부를까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한 채 그 공간 그 시간 떠오르는 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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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문학동네책 2022. 10. 18. 05:43
달을 바라볼 때마다 지금 걷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순간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달까지 걸어갈 수는 없겠지만, 달까지 걸어가는 사람인 양 걸어갈 수는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 달까지 걸어가는 사람인 양 걷는 사람의 발은 달에 닿아 있습니다. 멈추지 마시길, 계속 걸어가시길, 2022년 가을의 김연수 조금 긴 여행에서 돌아오면 너구리 반마리, 아니 너구리 반개를 끓여서 먹어야 집에 왔구나, 이 향과 이 맛, 일상의 시작을 느꼈다. 시작되지도 않은 미래야, 컵라면 하나 먹을 때까지는 기다려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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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있다/ 루시드폴음악 2022. 10. 17. 19:25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 가을은 짧고 또 겨울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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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요새/디어클라우드음악 2022. 10. 14. 04:35
얼음요새를 향해 걸었지 얼어버린 두 귀를 감싸며 흐릿해진 길을 더듬어 따뜻한 널 안기 위해서 그렇게..겨울을 걸었지 겨울 가운데 니가 있었고 용길 내어 네게 다가갔어 넌 아름답고 잔인했지 영원한 사랑은 내게 없을 거라며 차갑게 날 밀어냈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작은 기적이라도 내게 찾아와 줄 순 없는지 온갖 차가운 말로 내 맘을 얼어붙게 해 부디 나약한 내 손을 잡아줘 너는 아무리 아니라 해도 나는 여전히 널 보고있어 얼음같은 너의 영혼은 멈추지 않는 이 추위 속 겨울과 꼭 닮아있구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작은 기적이라도 내게 찾아와 줄 순 없는지 온갖 차가운 말로 내 맘을 얼어붙게 해 부디 나약한 내 손을 잡아줘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작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