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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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정밀아책 2022. 11. 4. 06:14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또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장례식 블루스(Funeral Blues) -W 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선을 끊어라, 개에게 기름진 뼈다귀를 던져 주어 짖지 못하게 하라, 피아노들을 침묵하게 하고 천을 두른 북을 두드려 관이 들어오게 하라, 조문객들을 들여보내라. 비행기가 슬픈 소리를 내며 하늘을 돌게 하고, ‘그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휘갈기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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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출발 / 정밀아음악 2022. 10. 2. 05:56
아침 일찍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걱정 가득 질문도 가득 어디 멀리 노래하러 갔었다더니 그래 집에는 언제 온 거니? 글쎄, 밤 열두시 넘었는데 잘 모르겠네, 아주 늦은 밤은 아니었어요. 가게들은 문을 닫고 텅 빈 역 안엔 대낮같이 불만 켜져 있었어.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 많아 이 추운 날에 고생할 뻔했는데 이제 이사하고 난 뒤로는 염려 없어요. 집에까지 금세 걸어왔어요. 근데 엄마 혹시 그날이 생각나세요? 내가 혼자 대학 시험 보러 온 날 옛날 사람 봇짐 메고 한양 가듯이 나도 그런 모양이었잖아요 그날 밤 내가 걸어 나온 서울역 건물은 이제 근사하게 변했는데요. 영화에나 나올듯한 그런 모습에 볼 때마다 사진에 담게 됩니다. 엄마 나는 대학 가면 그림 그려서 멋진 화가가 될 줄 알았지 허나 딴짓을 아주 열심..